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예고된 사고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지반 붕괴를 넘어, 도시 인프라 관리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해당 지역이 이미 2년 전 서울시 보고서에서 ‘위험 최고등급’ 지역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해당 지역을 단층 파쇄대, 연약지반, 상수도관 노후 등 복합 위험 지역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9호선 연장 공사와 함께 지하수 유입 가능성, 침하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30세대는 주거와 교통에 있어 도시 인프라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세대입니다. 이 사고는 단지 인근 주민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리스크로 읽혀야 합니다.


싱크홀 표시


지하를 보라, 대책 없는 ‘4000억 지도’의 민낯

정부는 2014년 송파 석촌호수 붕괴 사고 이후, 3D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에 4,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이 지도는 지하 10m 이상 굴착이 있는 공사현장에 의무 적용되며, 상하수도, 전력, 통신, 지하철 등 인프라 정보를 통합해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번 명일동 사고에서 이 지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접근성과 실용성 부족: 종이 도면을 직접 수령해야 하며, 보안 이유로 10일 이상 소요
  • 활용도 급감: 종이 제공 건수는 2022년 755건 → 2023년 499건으로 감소
  • 디지털화 미흡: 데이터 형태 제공은 31건 → 26건으로 더 적음

결국 이 지도는 ‘만들었지만 쓰기 불편한 시스템’이 되었고, 현장에선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실패 사례로 봐야 하며, 현실적으로 사고를 막는 도구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 지하가 위험한 진짜 이유는 시스템 부재

문제는 기술이 아닙니다. 컨트롤타워와 예산, 실행력이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월 1회 GPR 조사를 약속했지만, 입찰과 계약이 지연돼 올해까지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3D 통합지도는 의무 사용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어떤 현장이 이를 쓰고 있는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할 주체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도 갱신과 품질 유지에 예산이 필요하지만, 매년 삭감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관련 예산은 2021년 390억원에서, 2023년엔 69억원까지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도는 있지만 믿을 수 없는 지도’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도시 안전의 경제적 의미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토목 문제가 아니라, 거주지 가치, 자산 안정성, 보험 리스크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 문제입니다. 특히 2030세대는 서울 및 수도권 도심의 월세, 전세, 실거주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에 이런 사고는 투자 및 주거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나아가 3D 지하지도 같은 인프라 시스템은 단순한 행정도구가 아닌, 스마트시티 기반의 핵심 자산입니다. 해외에선 미국 몬태나, 프랑스 등에서 이미 모바일 클라우드로 지하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 없이는 도시 리스크 관리의 미래 경쟁력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경고가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비하지 않았다”는 구조적인 실패이며, 우리는 이런 문제를 삶의 문제, 투자 환경, 정책 감시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