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건설업계, 핵심 자산마저 내다 팔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건설업계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자식·마누라 빼고 다 팔아야 될 지경"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형 건설사들마저 생존을 위해 핵심 자회사와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불황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미분양 주택 증가와 지식산업센터·물류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의 공급 과잉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상 경영에 돌입한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향후 건설 시장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보겠습니다.
1.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저 팔아넘기는 건설사들의 절박한 생존전략
건설업계의 대형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그동안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핵심 자회사들까지 매각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처리·폐기물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지분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이 두 자회사의 시장가치만 약 2조원으로 추산되는 알짜 계열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이처럼 핵심 자회사 매각을 고려하는 이유는 총차입금이 2019년 말 1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6조4745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폐플라스틱 자회사인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지난해 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각한 바 있어, 자금 확보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줍니다. GS건설 역시 2011년 인수한 수처리 전문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에 나섰습니다. GS이니마는 2023년 기준 GS건설 영업이익의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수익원이었습니다. DL그룹도 서울과 제주도에 있는 글래드 호텔 3곳을 매물로 내놓았으며, 그룹 주력 사업 중 하나인 DL에너지의 주요 사업 부문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핵심 자회사와 자산을 매각하는 움직임은 단기 유동성 확보가 얼마나 급박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 이전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종로구에서 강서구로 사옥을 옮기며 1300억원의 매각대금을 확보했고,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도 각각 2027년과 2028년에 본사를 이전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임차료 절감과 함께 개발 사업과 연계한 전략적 결정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현금 확보가 주된 목적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 400%를 넘는 부채비율과 '시한폭탄' PF 사업장의 위험한 춤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국내 30대 건설사 중 GS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계룡건설산업, 동부건설, 한신공영, HL D&I한라 등 7개사의 부채비율이 위험 수준인 200%를 넘겼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잠재적 부실 징후'로 판단되는 400%를 초과한 업체가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과 금호건설 등 3곳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은 2023년 말 기준 428.8%의 부채비율을 기록했으며, 삼부토건의 부채비율은 무려 838.5%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높은 부채비율은 건설사들의 재무 유연성을 크게 제한하고, 금리 상승 환경에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분양 주택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건설사들의 도산 원인이 된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생활형숙박시설의 전망도 어둡습니다. 2020년 이후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미착공 물량과 건축 중인 물량을 포함해 1500여 개로 추산되며, 최근 3년 사이 10만실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습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 등은 2020년대 초반 호황을 누렸으나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등 문제를 심각하게 맞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더 큰 우려는 올해 4월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신동아건설·대저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여파로 만기 연장이 어려운 PF 사업장이 대거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가 분기마다 이루어지는데, 올해 1분기 평가가 4월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가 결과가 최악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PF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과 건설사들에게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건설업계 대격변의 시기, 통찰력 있는 투자자에게 찾아온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
건설업계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오히려 특별한 투자 기회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건설사들이 매각하고 있는 알짜 자회사나 자산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투자 가치를 지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의 환경 관련 자회사나 GS건설의 수처리 자회사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인프라 자산은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므로 가치투자 관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ESG 경영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환경 관련 기업들은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업계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대형 건설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우량 사업부나 프로젝트를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건설업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별적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더불어, 현재의 위기로 인해 건설 업계의 과잉 공급 문제가 자연스럽게 조정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균형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나 물류센터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현재 공급 과잉 상태이지만, 향후 2~3년간 신규 인허가가 크게 감소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조정 국면에서 우량 자산을 저평가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건설업계 위기는 건전한 재무구조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게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며, 통찰력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장기적 가치 투자의 황금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위기 속에서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건설에 집중하는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결국 산업 재편 과정에서 승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투자는 향후 5~10년간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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