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로 지목된 도수치료, 결국 실손보험 칼날 위에 오르다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이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입니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따라,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자부담 비율이 최대 95%까지 높아지는 새로운 ‘5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 개편을 통해 비급여 진료의 과잉을 억제하고, 실손보험 재정 누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실손보험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의료 체계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는 정부의 포괄적 전략의 일환이며, 특히 ‘환자 선택권’과 ‘공정한 자원 분배’라는 의료계의 오랜 숙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5세대 실손은 어떤 특징을 가지며, 우리 경제와 투자시장에는 어떤 함의를 주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들여다보겠습니다.



자부담 95%의 충격: 비급여 진료에 칼을 대는 이유

그동안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만큼 많은 국민이 의존해 왔습니다. 특히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고가의 주사 치료 등 비급여 진료 항목은 병원마다 가격 차이도 크고 기준이 모호해 ‘과잉 진료’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왔습니다. 보험금 청구가 많아지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5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비급여 통제’입니다. 환자가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치료를 받을 경우, 기존에 보험사가 보장해주던 비율을 대폭 줄이고 환자 자부담을 최대 95%까지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는 단순한 보험 설계 변경이 아니라, 수요를 억제하고 과잉 진료를 시장 원리로 조정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자부담이 커진다고 해도 “실제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급여 항목이 일정 기준 아래 관리급여로 편입되면 오히려 가격이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30~50%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단기적 불편이 있더라도 장기적 혜택을 고려한 ‘시장 정비’ 작업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병원-보험사-환자의 3자 갈등: 누가 웃고, 누가 우는가

이번 개편안은 정부와 보험사에는 비교적 유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줄고, 정부는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병원과 일부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익 및 치료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어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보험업계는 “통원 진료만 포함하고 입원 치료는 빠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병원들이 환자를 입원시키고 고가 패키지 형태로 치료를 묶어 실손보험 청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이면 충분한 주사 치료를 입원+패키지로 바꾸어 수십만 원을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사실상 보험금 누수를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한편, 정부는 비급여 항목 선정과 기준 마련을 의료계, 전문가, 소비자 등과의 협의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서도 일부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개편안의 실행 가능성은 아직 유동적입니다.


보험 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 및 투자 전략

이번 5세대 실손보험의 등장은 보험 시장 전반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손해율이 높았던 실손보험 부문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보험사들의 이익 개선이 가능해지고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특히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화재와 같은 손보사들의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헬스케어 플랫폼이나 비급여 진료 중심의 병원 산업군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으로 매출을 올리던 병원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병원들과 연계된 의료기기나 관련 스타트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보험 소비자의 ‘가성비’ 추구 성향이 강화될 수 있으며, 고정비 부담이 큰 비급여 위주의 병원보다는 공공의료 또는 급여 항목 중심의 병원이 재조명될 수 있습니다. 소비 트렌드가 ‘효율적 지출’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보험 상품 변경을 넘어 생활경제와 의료소비 습관 전반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5세대 실손보험은 ‘의료 소비자’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을까

5세대 실손보험은 단순한 보험 개편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료 소비 패턴을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잉 진료와 비용 누수를 줄이고, 진짜 필요한 곳에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개편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변화는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과 의료 시장 재편이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투자자라면 보험 업종과 의료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 수혜주’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손해율 개선이 실적에 직결되는 손보사는 주목할 만하며, 정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 선별 전략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비급여 진료의 ‘가성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소비자의 정보력과 선택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예고합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단순한 보험 상품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